한국과 일본이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한일 양자 협력과 한미일 안보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양국은 약 9년 만에 재개한 해상 수색구조훈련을 발전시키고, 공군 특수비행팀 교류를 포함한 군사 교류를 확대하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북·러 군사 협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남아 있는 만큼 안보 협력이 과거사 문제를 대신하거나 덮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됩니다.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2026년 6월 28일 서울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습니다.

양국 장관은 엄중한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일 양자 차원의 협력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계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도 재확인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러 군사 협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미국 사이의 정보 공유와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군사동맹이나 공동방위체제가 출범한 것은 아닙니다. 양국은 기존 국방 교류와 인도적 훈련을 이어가면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수색구조훈련은 이미 6월 초 재개

이번 회담의 성과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해상 수색구조훈련의 시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한일 해군과 해상자위대의 인도적 수색구조훈련은 2026년 6월 초 약 9년 만에 이미 재개됐습니다. 따라서 6월 28일 회담에서 훈련 재개를 처음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양국 장관은 앞서 실시한 훈련을 평가하고, 앞으로 다양한 해상 사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의 내용과 실효성을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수색구조훈련은 조난 선박이나 해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을 구조하고 연락·통신 절차를 확인하는 인도적 성격의 훈련입니다. 상대국을 공동의 적으로 설정하거나 공격 작전을 연습하는 전투훈련과는 목적이 다릅니다.

한일 사이에 군사적 불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훈련부터 협력을 복원하는 것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접근입니다. 다만 훈련의 참가 전력과 활동 해역, 목적과 절차는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핵·미사일과 북·러 협력이 배경

한일 국방 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북한의 군사 능력 고도화입니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을 서로 다른 지점과 각도에서 탐지할 수 있습니다. 양국과 미국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면 발사 지점과 비행 방향, 예상 낙하지점을 보다 빠르게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도 한일 양국이 함께 주목하는 사안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및 군사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일 협력 자체가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는 만능 수단은 아닙니다. 한국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과 미사일 방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필요한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한일 안보 공조의 목적과 범위가 불분명하면 북한 대응을 명분으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한미일 협력과 한일 양자 협력은 다르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한일 양자 군사협력은 서로 관련돼 있지만 동일한 체제는 아닙니다.

한미일 협력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와 공동훈련, 역내 안보 협의를 중심으로 미국이 함께 참여합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각자의 동맹과 법체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한일 양자 협력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직접 교류하고 훈련하거나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양국 사이의 과거사와 독도 문제 때문에 국내 정치적 민감성이 훨씬 큽니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한일 양자 군사협력이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협력 분야별로 한국의 안보에 어떤 실익이 있는지, 일본 자위대의 역할과 활동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에서 활동하는 문제는 한국의 요청과 동의, 국내법과 국제법상 기준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군수지원협정 논의는 수색구조훈련과 다르다

한일 양국은 앞선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수지원협정 체결 가능성도 논의했습니다.

군수지원협정은 양국 군이 훈련이나 작전 과정에서 연료와 식량, 수송, 정비, 탄약 등 물자와 서비스를 서로 제공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하는 협정입니다.

이는 인명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수색구조훈련보다 협력 수준이 한층 깊은 사안입니다. 실제 체결될 경우 한일 군사협력이 일회성 교류를 넘어 제도화된 군수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안규백 장관도 이 문제가 국민적 이해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군수지원협정을 검토하려면 적용되는 상황과 지역, 제공 가능한 물자의 범위, 한국의 사전 동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관련 활동과 연결될 가능성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협정 필요성을 북한 위협이라는 한 문장으로만 설명하면 국내 불신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공개적인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과거사 문제와 안보 협력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

한일 안보 협력을 둘러싼 가장 큰 국내 쟁점은 과거사 문제입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본 정치권의 역사 인식, 독도 영유권 주장은 양국 관계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안입니다. 일본 정부의 행동에 따라 한일 관계와 국방 교류가 다시 경색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안보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과거사 문제를 뒤로 미루거나 피해자 문제를 종결된 사안처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과거사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와 해상 인명 구조 같은 실무 협력까지 모두 중단하는 방식도 한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현실적인 접근은 두 사안을 분리하되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는 필요한 안보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독도와 과거사에 관한 한국의 원칙을 명확히 유지해야 합니다. 일본 역시 안보 협력을 원한다면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에서 한국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과거사와 안보를 분리한다는 것은 과거사를 지운다는 뜻이 아니라, 각 사안의 원칙과 대응 수단을 구분한다는 의미여야 합니다.

안보 협력의 실익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한일 국방 협력이 실용적 생존 전략으로 평가받으려면 구체적인 안보 효과가 확인돼야 합니다.

첫째, 북한 미사일 탐지와 경보정보 공유가 한국군의 대응 시간을 실제로 단축하는지 검증해야 합니다.

둘째, 수색구조훈련이 해상 사고 대응과 국민 생명 보호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셋째, 훈련과 정보 공유 과정에서 한국의 군사기밀과 작전정보가 필요한 범위를 넘어 제공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와 한국 정부의 승인 절차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다섯째, 안보 협력을 확대하더라도 한국군의 독자적인 방위 능력과 한미동맹이 약화되거나 일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 기준을 충족한다면 한일 협력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실용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목적과 범위가 불투명하고 국민적 설명 없이 협력 수준만 빠르게 높인다면 과거사 논란과 주권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반응도 고려해야

한미일 안보 협력의 강화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계심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역내 안보 협력이 자국을 견제하는 군사적 틀로 발전하는 것을 우려해 왔습니다. 러시아 역시 북·러 관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가능성만으로 한국이 필요한 방위 협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기준은 어느 국가를 자극하느냐보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여야 합니다.

동시에 한일 협력이 특정 국가를 포위하거나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비치지 않도록 목적을 분명히 설명해야 합니다. 인도적 수색구조와 북한 미사일 대응, 해상 안전 등 협력 범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력의 지속 가능성은 신뢰에 달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양국이 북한 위협과 역내 불안정에 대응해 안보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확인한 자리입니다. 이미 재개된 수색구조훈련을 발전시키고 군 교류를 확대하기로 한 점은 실무 협력의 복원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만으로 한일 사이의 역사적·정치적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국방 교류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협력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면 정부가 국민에게 목적과 효과, 한계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일본도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을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한일 국방 공조가 과거사 지우기로 흐를지, 실용적인 안보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는 협력의 속도보다 원칙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의 주권과 역사적 입장을 지키면서 국민 안전에 필요한 분야를 선별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자료: 대한민국 국방부, 일본 방위성, 로이터, 연합뉴스, 국방일보]

By K-Issue Post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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