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튀르키예와 몽골을 방문한다. 튀르키예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방위산업과 안보 협력을 논의하고, 몽골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과 경제 협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순방의 성과는 정상회의 참석 자체보다 구체적인 방산 협력과 공급망 사업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 7~8일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참석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을 받아 7일부터 8일까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2026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나토 역시 이번 정상회의가 7일과 8일 앙카라의 대통령 복합단지에서 개최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의 국방 투자 확대, 방위산업 생산 능력, 우크라이나 지원, 신기술과 공급망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 정상들과 소인수 회담을 갖고, 나토 방위산업포럼에서는 ‘공동의 가치, 더욱 강한 산업기반’을 주제로 기조연설과 토론에 참여할 계획이다.
방산 협력 수요가 있는 국가들과의 양자 정상회담도 조율되고 있다.
나토 참석의 핵심은 안보보다 방산시장 진출
청와대는 나토 회원국들이 전 세계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5%에 이른다며 이번 방문을 방산 협력 확대의 계기로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와 무기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상황은 국내 방산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산 무기는 비교적 빠른 생산과 납품 능력, 가격 경쟁력,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 가능성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 왔다.
그러나 정상회의 참석이나 정상 간 합의가 곧바로 수출 계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산 수출은 가격과 납기뿐 아니라 현지 생산 비율, 기술 이전, 금융 지원, 탄약과 부품의 장기 공급, 유지·보수 체계까지 포함해 결정된다. 경쟁국의 외교적 견제와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도 넘어야 한다.
정부가 순방 후 협력 의향이나 양해각서 체결 규모만 강조하기보다 실제 계약 금액과 납품 일정, 국내 기업의 수익성, 정부 금융지원 부담을 구분해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나토 협력이 한국에 집단방위 의무를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다. 따라서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더라도 나토 조약 제5조에 따른 집단방위가 한국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참석은 군사동맹 가입이 아니라 사이버 안보, 첨단기술, 방위산업과 공급망 등 분야별 협력을 확대하는 성격에 가깝다.
정부는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미동맹과 자체 방위 역량이 한국 안보의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럽 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 범위와 비용 부담도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나토의 협력 확대를 자국에 대한 견제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메시지가 불필요한 외교적 오해를 만들지 않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15년 만의 몽골 국빈방문, 핵심 광물 공급망 논의
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9일부터 11일까지 몽골을 국빈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몽골 국빈방문은 15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핵심 광물 공급망, 식량안보, 보건, 과학기술, 교통·물류 등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협정과 양해각서를 교환할 계획이다. 한국·몽골 비즈니스포럼도 예정돼 있다.
몽골은 구리와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국에 중요한 협력 대상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원료와 가공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전략 가치가 있다.
광물 협력은 채굴보다 운송과 가공이 관건
몽골과의 핵심 광물 협력은 매장량 발표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몽골은 바다와 연결되지 않은 내륙국가다. 광물을 한국으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주변국을 통과하는 철도와 항만 등 물류망이 필요하다. 채굴권 확보 이후에도 정제와 가공 시설, 환경 규제, 경제성 검토, 운송 비용 등의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사업이 단순 공동조사인지, 광산 개발권 확보인지, 장기 구매계약인지, 국내 정제시설 투자까지 포함하는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양해각서 체결액과 실제 투자 집행액도 동일하지 않다. 사업 주체와 재원, 손실 발생 시 책임 구조가 구체화되지 않았다면 아직 확정된 경제적 성과로 평가하기 어렵다.
순방 성과는 계약과 후속 일정으로 검증해야
이번 순방은 나토를 상대로 한 방산시장 확대와 몽골을 통한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담고 있다.
방산과 핵심 광물은 국가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협력 확대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대통령 순방의 성과를 선언과 행사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순방 이후에는 방산 분야의 실제 계약 여부와 국내 생산·고용 효과, 정부 금융지원 규모, 핵심 광물 사업의 경제성, 운송 경로와 투자 주체가 확인돼야 한다.
정부가 구체적인 후속 일정과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이번 정상외교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자료: 대한민국 청와대, 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