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과 2030년 소형 달 착륙선 발사,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을 확정했다. 우주산업을 정부 중심 연구개발에서 기업과 시장이 주도하는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2035년 세계 우주항공 시장 점유율 3%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구체적인 재정 규모와 민간 투자 유인책, 사업별 성과 지표가 뒤따라야 한다. 국가가 산업의 초기 수요를 만들되 특정 지역이나 기업에 장기간 의존하는 구조가 되지 않도록 점검할 필요도 있다.
국가우주위원회에서 확정된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
이재명 대통령은 7월 3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제5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주재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라 설치된 국내 우주개발 정책의 최상위 심의·조정 기구다. 2024년 5월 우주항공청 출범과 함께 위원장이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주항공 산업을 기업과 지역이 주도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이 심의·의결됐다.
정부가 제시한 주요 사업은 다음과 같다.
-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 2030년 민관 협업 소형 달 착륙선 발사
- 누리호 반복 발사와 재사용 발사체 개발
- 전기·터빈 하이브리드 수직이착륙 항공기 개발
- 첨단 민수 항공엔진 국산화
- 사천을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 허브 조성
- 사천·창원·진주·순천·고흥을 연결하는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 구축
정부는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세계 우주항공 시장의 3%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직접 개발자에서 산업 지원자로 전환
이번 전략의 핵심은 정부 역할의 변화다.
과거 국내 우주개발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 예산으로 발사체와 위성을 제작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이번 계획에서는 정부가 모든 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보다 공공 수요를 만들고 민간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정부는 공공 위성 수요를 활용해 위성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우주 분야에 진출하려는 비우주 기업의 소재·부품 공급망 참여도 확대할 계획이다. 위성 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위성정보 활용 플랫폼을 운영할 특수목적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정부 주도 연구개발에서 민간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는 방향 자체는 세계 우주산업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을 일부 대기업이나 기존 방산업체가 반복적으로 수주하는 구조에 머문다면 실질적인 민간 생태계 확대라고 보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이 기술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조달 방식이 마련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산업과 안보가 동시에 걸린 사업
정부는 통신망을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하기 위해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재난이나 전쟁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됐을 때 통신을 유지할 수 있고, 선박·항공기·도서 지역처럼 지상망 설치가 어려운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민간 통신사업뿐 아니라 군 지휘통신과 국가 재난 대응 체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독자적인 위성통신 역량을 확보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위성 제작과 발사, 지상국 운영, 단말기 보급까지 포함하면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아직 전체 사업비와 위성 배치 규모, 민간기업의 투자 분담 비율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앞으로 예비타당성조사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사업의 경제성과 안보상 필요성을 각각 구분해 검증해야 한다.
2030년 달 착륙선 발사, 목표보다 임무 설계가 중요
정부는 2030년 민관 협업 방식으로 소형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달 착륙은 발사체 성능뿐 아니라 달 궤도 진입, 착륙 지점 탐색, 정밀 제어와 통신 기술이 함께 요구되는 고난도 사업이다. 성공할 경우 발사체와 위성뿐 아니라 탐사장비, 통신, 로봇 등 관련 산업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2030년 달 착륙’이라는 일정에 맞추는 것이 사업의 최종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달 착륙선이 어떤 과학적·산업적 임무를 수행하는지, 확보한 기술을 민간산업과 국방 분야에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개발 일정을 무리하게 단축하면 비용 증가나 시험 생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정 지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관리하고 단계별 기술 검증을 거치는 방식이 필요하다.
남해안 산업벨트, 지역균형발전과 중복 투자의 경계
정부는 경남 사천을 우주항공 산업의 종합 거점으로 조성하고, 창원·진주·순천·고흥을 연결하는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천과 창원에는 항공기 제작과 부품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고, 전남 고흥에는 나로우주센터와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 등 발사·시험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산업과 시설을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기반이 갖춰져 있다.
문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연구소와 지원기관, 산업단지가 중복 설치될 가능성이다. 부지 조성과 건물 건립에 예산이 집중되고 실제 입주기업이나 연구 인력이 부족한 산업단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시설 규모보다 기업 투자액, 신규 고용, 국내 부품 조달률, 해외 수주액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로 정책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발표 목표를 실제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이번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은 위성통신과 달 탐사, 발사체, 항공기 제조, 지역산업 육성을 하나의 정책 틀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 발표된 내용은 중장기 방향과 목표에 가깝다. 2035년 세계시장 점유율 3%가 현실적인 목표인지 판단하려면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세계시장 규모와 국내 기업 매출 산정 방식부터 공개돼야 한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사업별 총재정 투입 규모, 민간 투자 비율, 정부 조달 방식, 기술개발 단계별 목표와 실패 시 사업 조정 기준이다.
우주항공 산업은 단기간의 정치적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분야다. 정부가 초기 투자와 공공 수요를 제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우주항공 전략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대규모 국가사업 목록을 추가하는 데 그칠지는 앞으로 공개될 예산과 집행 구조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자료: 대한민국 청와대, 우주항공청, 대한민국 정책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