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월 7일부터 8일까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대통령은 NATO 방산포럼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주요국 정상들과 방산·안보·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한국 방산기업의 NATO 공급망 진입을 확대할 기회로 평가된다. 다만 정상외교가 실제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NATO 표준 충족, 현지 생산 요구, 기술이전 범위와 수출금융 부담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7월 7일 NATO 정상회의 참석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마크 루터 NATO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7월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 도착해 NATO 정상회의 일정을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먼저 루터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한-NATO 관계와 향후 협력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소인수 회담에도 참석한다.
이 회담은 NATO 회원국이 아닌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정상급 협의체다. 한국은 NATO 회원국은 아니지만 사이버안보, 신흥기술, 군사 상호운용성과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7월 8일에는 방산을 포함해 실질적인 협력 수요가 있는 국가들과 양자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다만 회담 대상 국가와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NATO 방산포럼에서 K-방산 경쟁력 설명
이번 순방의 핵심 일정 가운데 하나는 NATO 방산포럼이다.
이 대통령은 ‘공동의 가치, 더욱 강한 산업 기반’을 주제로 하는 세션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패널 토론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약 1천 명이 이번 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NATO 동맹국들이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불안에 대응해 국방비와 방산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NATO 회원국들의 방산 수요가 커지는 시점에 한국의 무기 생산 능력과 신속한 납품 역량을 직접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방산업계는 전차, 자주포, 경공격기, 다연장로켓과 같은 분야에서 유럽 국가들과 계약을 확대해 왔다. 특히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생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만으로 장기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품 공급과 정비, 탄약 조달, 교육훈련까지 포함한 후속지원 체계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NATO 공급망 진입에는 표준 문제가 남아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방산기업이 NATO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NATO 표준이다.
NATO 회원국들은 서로 다른 국가의 장비와 병력이 공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통신체계, 탄약 규격, 데이터 교환 방식과 장비 운용 기준을 맞추고 있다. 이를 상호운용성이라고 한다.
한국산 무기가 개별 국가의 시험평가를 통과하더라도 NATO 전체의 작전 체계와 연결되지 못하면 추가 수출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무기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통신장비와 지휘통제체계, 정비 부품의 규격까지 맞춰야 하는 이유다.
표준 충족을 위해 추가 개발과 시험이 필요하다면 그 비용을 정부와 수출기업 가운데 누가 부담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상외교 단계의 협력 선언과 실제 조달계약 사이에는 인증과 시험평가라는 긴 절차가 남아 있다.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요구도 수익성을 좌우
유럽 국가들은 무기를 단순히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 내 생산과 부품 조달,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구매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일자리와 방산 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하면 장기적인 시장 진출에 유리할 수 있다.
반면 핵심기술이 과도하게 이전되거나 현지 생산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국내 생산과 고용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해외 공장을 통해 생산된 장비가 향후 한국 제품과 경쟁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수출액 확대만 강조하기보다 국내 부품 사용 비율과 기술 보호, 기업의 실제 이익을 함께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수출 계약의 명목상 금액이 크더라도 현지 투자비와 금융지원, 기술이전 비용을 제외한 실제 수익은 달라질 수 있다.
수출금융은 정부 재정 위험과 연결된다
대규모 방산 수출에서는 구매국이 장기간에 걸쳐 대금을 갚는 금융지원이 함께 논의된다.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이 금융과 보증을 제공하면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구매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거나 상환이 지연되면 공공기관과 정부가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산 수출을 평가할 때는 계약 규모뿐 아니라 선수금 비율, 대출 기간, 이자 조건과 보증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수출금융이 시장 원칙에 맞는지, 특정 계약에 위험이 집중되는지도 국회와 관계기관의 점검 대상이다.
방산 수출은 국가안보와 산업정책이 결합된 분야지만, 모든 수출 계약을 재정 지원으로 성사시키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드론·AI·우주 분야 협력도 주요 의제
정부는 재래식 무기 수출뿐 아니라 드론, 인공지능, 우주와 같은 미래전 기술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전쟁에서는 값비싼 대형 무기만큼 소형 무인기와 위성정보, 인공지능을 활용한 표적 분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NATO 역시 첨단기술을 실제 전장에 신속하게 적용하기 위한 혁신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NATO의 기술 협력망에 참여한다면 공동개발과 해외 실증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군사기술과 데이터가 해외 체계에 과도하게 종속될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공동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지식재산권을 누가 보유하는지, 제3국 수출 시 어느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도 초기 협상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정상외교 성과는 계약보다 집행에서 확인해야
이번 NATO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 방산기업이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협력국을 확보할 수 있는 외교적 기회다.
그러나 정상 간 면담이나 업무협약이 곧바로 수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계약까지는 구매국의 예산 승인과 시험평가, 가격 협상, 현지 생산 조건 조정이 필요하다.
순방 이후에는 어느 국가와 어떤 분야를 협의했는지,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협정이 체결됐는지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협력 논의와 계약 체결, 실제 납품액을 하나의 성과처럼 합산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확인해야 할 지표는 단순한 수출 목표액이 아니다. 국내 생산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핵심기술 보호, 수출금융 위험과 장기간의 정비 수익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이 일회성 홍보 일정에 그치지 않고 K-방산의 안정적인 시장 확대와 한미동맹을 보완하는 안보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료: 대한민국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방위사업청]